바이든 이스라엘 지지 일변도 정책에 미 학계서도 성난 목소리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안보리 결의 ‘비토’ 등 일방적 이스라엘 지지 비판

‘반유대주의’ 대학 총장 퇴진 사태 여진도

8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촉구 결의안에 대한 표결에서 로버트 우드 유엔 미국대표부 차석대사가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비토)를 위해 손을 들어 표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촉구 결의안에 대한 표결에서 로버트 우드 유엔 미국대표부 차석대사가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비토)를 위해 손을 들어 표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대응이 미국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발표된 CBS방송의 조사(지난 6~8일 미국인 2144명 설문)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미국 학계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정치·역사·의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학자적 양심’을 이유로 비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미국의 ‘나홀로’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 촉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이후 저명한 학자들이 공개적인 정부 비판에 나섰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현실주의자로서 나는 때때로 정당한 안보 이익과 도덕적 고려가 상충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과연 오늘날 미국 고위 외교 관료들 중에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볼 수 있는 이가 있을 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에서도 근무한 비확산 전문가인 니나 태넌월드 브라운대 교수도 “국무부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대신 수호하고, 제노사이드를 조장하는 대신 예방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전하는 뉴스를 리트윗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고립돼 있다”는 글을 남겼다. 양측의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나라가 15개 이사국 중 미국이 유일하다는 점(찬성 13개국, 영국은 기권)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즉각적인 휴전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중단을 촉구하는 미국 정치학자들의 성명에 동참한 학자들은 135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인 미국은 이번 위기에서 특별한 책임과 함께 특별한 영향력을 지닌다”며 “지금까지 미국의 가자 전쟁에 대한 대응은 미국의 신뢰와 도덕적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미국이 주장하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자라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미국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한 제인 맨스브리지(하버드), 마가렛 레비(스탠포드), 로저스 스미스(유펜) 등 원로 학자들도 동참했다. 중동정치 분야 권위자들과 월트 교수나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같은 국제정치학자, 제임스 스콧 예일대 교수, 아담 쉐보르스키 뉴욕대 교수 등 석학들을 비롯해 박사과정생들도 이름을 올렸다.

명문대가 밀집한 뉴잉글랜드 지역의 대학 교수 1000여명은 연방 상원의원들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휴전과 양측 인질 석방, 전쟁 발발 이후 반인륜범죄 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메리 바세트 하버드 보건대학원 교수를 포함해 70여개 의대와 보건대 소속 학자들은 지난달말 바이든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휴전을 지지하고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격 중단을 압박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연구자들도 9일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군의 가자 공격을 규탄하고, 특히 가자지구에서 저질러진 폭력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청소 양상을 띠고 전개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왼쪽)과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5일(현지시간)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가 대학 내 반유대주의를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왼쪽)과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5일(현지시간)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가 대학 내 반유대주의를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움직임과 대학들의 대처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미 하원 청문회에서 ‘유대인을 학살하자’고 과격한 주장을 펼친 일부 대학생들의 발언이 ‘학칙 위반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유펜·하버드·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 총장 등이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즉답을 피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청문회에 참석했던 엘리자베스 매길 유펜 총장은 고액 후원자와 정치권의 비판 속에 결국 사임했고, 공화당 등 보수 진영은 이제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의 사퇴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내 ‘표현의 자유’ 위축, 학문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버드 교수 400여명은 “학문적 자유에 대한 하버드의 약속과 어긋나는 정치적 압박에 저항하라”며 게이 총장 지지 탄원서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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