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화이트 헬멧

손제민 논설위원
‘화이트 헬멧’ 대원들이 지난 8일 시리아 북서부 잔다리스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한 어린이를 구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화이트 헬멧’ 대원들이 지난 8일 시리아 북서부 잔다리스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한 어린이를 구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1년 3월 대학생들의 정권 퇴진 낙서로 시리아에 상륙한 ‘아랍의 봄’은 다른 아랍 국가들과 달리 긴 내전으로 번졌다. 주변국 개입으로 반독재 투쟁에 종파·종족 분쟁 성격이 보태졌다. 급기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시리아에 모여들며 단순한 피아 구도로 이해할 수 없는 전쟁으로 변했다. 10년 이상 이어온 전쟁은 최악 국면을 지나 시리아 정부군·러시아·이란 연합 대 터키와 서방 지원 반군 구도로 평화협상을 진행 중이다. 각자의 손익계산으로 전쟁을 키우는 데 기여했던 열강들은 지역 차원 무력분쟁들에서 되풀이된 교훈을 재확인했다. ‘나쁜 정부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지난 6일 시리아 북서부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 더 아프게 다가왔다. 알레포, 이들리브 등 시리아 정부군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이 지역에는 어떤 의미에서 ‘나쁜 정부’조차 없다고 할 수 있다. 내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데다 치안과 방재 역할을 담당할 국가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폭격보다 더 큰 위력으로 터전을 파괴한 재난 앞에서 사람들이 느꼈을 절망감을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그곳에 다시 나타난 이들이 있으니 하얀 헬멧을 쓴 구조대이다. ‘화이트 헬멧’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시리아 민방위대(SCD)다. 약 3000명의 일반인으로 이뤄진 이들은 1주일 가까이 지진 피해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조했다. 12일 현재 이들이 집계한 희생자가 2166명에 달한다고 한다. 시리아 정부가 발표하는 정부군 장악 지역 사망자 수는 1387명인데 그나마 뜸하게 업데이트되고 있어 대비된다.

화이트 헬멧은 내전이 한창이던 2014년 만들어졌다. 2018년 4월까지 약 11만명을 구조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대원들의 희생도 작지 않았다. 이들의 활동은 <알레포의 마지막 사람들> <화이트 헬멧>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다. 주로 서방 정부와 민간 기부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시리아 정부는 이들의 활동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하고, 기부금 유용 등 의혹을 제기해왔다. 화이트 헬멧은 특정 정파에 속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다 떠나서, 지금 같은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 화이트 헬멧의 모토만은 유효하다고 본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 그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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