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하고 현실적인 기후재앙 시나리오 ‘6도의 멸종’

이혜인 기자

최종경고: 6도의 멸종

마크 라이너스 지음 | 김아림 옮김 | 세종 | 464쪽 | 2만원

세계적인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는 1~6도 상승시 인류가 겪게 될 일을 생생하게 그리는 <6도의 악몽>을 2008년에 출간했는데, 13년 만에 상황이 훨씬 심각해져 일부 손 본 개정판을 내놓는 대신 완전히 새로 쓴 <6도의 멸종>을 내놨다. 사진·출판사 세종 제공

세계적인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는 1~6도 상승시 인류가 겪게 될 일을 생생하게 그리는 <6도의 악몽>을 2008년에 출간했는데, 13년 만에 상황이 훨씬 심각해져 일부 손 본 개정판을 내놓는 대신 완전히 새로 쓴 <6도의 멸종>을 내놨다. 사진·출판사 세종 제공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균기온이 (이하 섭씨) 2도나 5도나 6도 올라갔음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점점 깨달았다. … 우리들 대부분에게 목요일이 수요일보다 6도 덥다는 것은 코트를 집에 두고 나오면 된다는 의미다. 그런 것은 매일 날씨의 변화일 뿐이다. 하지만 지구 평균기온이 6도 올라간다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2008년, 세계적인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악몽>이라는 책을 내놨다. 2005년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2007년 영국 홍수를 겪고서는 더 많은 사람에게 기후재앙이 생각보다 더 빨리, 더 크게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쓴 책이 <6도의 악몽>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표면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무렵보다 1~6도까지 상승할 경우 인류가 겪게 될 기후재앙 시나리오를 마치 다큐멘터리영화처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1도 상승 시 미국 서부에 극심한 가뭄이 닥치는 단계부터 6도 상승 시 인류세 시대 생물 대멸종이 도래하는 단계까지 6단계로 쓰인 시나리오는 당시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약 13년 후, 라이너스는 동일한 형식의 책을 또 내놨다. <최종 경고: 6도의 멸종>(이하 ‘6도의 멸종’)이다. 10여년 만에 상황이 더 급박하게 변하면서, 일부를 수정하는 것이 불가능해져서 아예 책을 새롭게 써야만 했다. 라이너스는 “이 책(6도의 악몽)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우리가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없다”며 “이미 우리는 1도 더 뜨거워진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라이너스는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와 과학논문 수백 편을 읽고 쓴 6단계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눈을 돌려 거부하고 싶을 정도로 암울하며, 전작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저자가 <6도의 악몽>을 쓸 때 ‘도래 가능한 미래’로 묘사됐던 1도 상승한 세계는 이번 책에서는 ‘이미 도래한 현실’이 됐다. 2015년 영국 기상청은 전 지구적인 지표면 평균 온도가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도 올라갔다고 발표했다. 남극 빙산의 용해, 홍수, 폭염, 산불, 산호초 백화 현상 등은 이미 뉴스를 통해 우리가 수도 없이 접한 이상기후 현상이다. 1도 상승 시나리오 챕터에서 흥미로우면서도 섬뜩한 부분은, 저자가 13년 전 쓴 시나리오의 2도나 3도 상승 챕터에서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 일부가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라이너스는 전작의 ‘기온이 3도 상승한 세계’에서 더욱 강력한 허리케인의 피해 시나리오를 그려보면서 “(미국) 남쪽 코퍼스 크리스티에서 루이지애나주 경계에 이르기까지 텍사스 해안을 따라 집중호우를 쏟아붓는다”라고 적었었다. 저자는 이 부분이 2017년 미국 텍사스주에 상륙했던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와 “무섭도록 비슷”하다며 놀라워한다.

2030년쯤 찾아올지도 모르는 2도 상승한 세계는 1도 상승한 세계 시나리오의 심화단계다. 기후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 세계에서는 2053년 안에 북극에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황이 적어도 한 번 이상 발생한다. 뎅기열을 전염시키는 흰줄숲모기와 이집트숲모기의 서식범위가 1000㎞가량 북상해 캐나다 중부와 동부에까지 이르는 등 감염병 위기가 더욱 커진다. 저자는 이 단계에서 식량 위기에 집중한다. 의학 학술지 ‘랜싯’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이 약 2도 상승 시 2050년쯤이면 식량 부족이 발생한다. 특히 가뭄과 열 스트레스에 민감한 옥수수의 수확량이 1억t이나 감소하면서, 인간의 식량은 물론 동물 사료 공급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섬뜩하고 현실적인 기후재앙 시나리오 ‘6도의 멸종’

2050년, 평균기온이 3도 상승한 세계는 한마디로 ‘죽음의 문턱’으로 표현된다. 상상도 못할 더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극도로 위험하다고 간주되는 폭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기온과 습도가 찾아온다. 이때의 기후는 지금껏 존재했던 모든 빙하기보다도 더 이른 시기인 플라이오세(약 164만년 전~520만년 전)와 비슷하다. 이때 해수면은 오늘날에 비해 22m 높았으며, 북극 기온은 19도 높았다. 그다음 단계인 4도 상승한 세계(2075년)에서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 정도가 매년 20일 이상 살인적인 더위에 노출된다. 지구라는 행성의 상당 부분은 생물학적으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된다. 모든 종 가운데 최소한 6분의 1이 멸종 위험에 놓인다.

저자는 3도 상승한 세계부터 제대로 된 대처법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에 인류 문명의 붕괴가 가능하다고 본다.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세계 인구는 100억명으로 늘어나는데, 작물 수확량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3도 상승 전에 기후대의 이동에 맞추어 다른 종류의 식량 작물을 재배하고, 온도가 조절되는 인공 환경에서 많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한 지역에서 작물 수확에 실패해도 다른 나라에서 도울 수 있도록 국제 협력체에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대륙 전체의 혼란과 분쟁도 발생할 수 있다.

2090년쯤에는 5도 상승한 세계, 21세기 말쯤에는 6도 상승한 세계도 찾아올 수 있다. 저자가 “이제 거의 끝장”이라고 수식하는 5도 상승한 세계에서는 지구상 생명체의 종말이 가까워진다. 극지방은 녹아내리고, 복잡한 인간 사회는 붕괴의 고비를 넘긴 지 오래다. 자신이 살던 기후대에서 계속 살기 위해 모든 생물 종은 연간 극지방 쪽으로 62㎞씩, 총 5000㎞를 이동해야 하는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종은 없다. 이 시기 지구는 “그동안 인류가 알고 있던 지구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 거의 알아볼 수 없는,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세계”다.

6도 상승한 세계처럼 초고도 온난화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연구는 몇 편 되지 않는다. 저자는 IPCC 보고서의 확률론적 기후 모델에 따른 예측의 상한선 안에 6도 상승에 관한 연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연구자들이 이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고 지적한다. 이때의 지구는 고생대 마지막기인 페름기(약 2억5190만년 전~2억9890만년 전) 말의 대멸종 시기와 유사하다. 북극에서 적도까지 전 세계의 모든 숲이 동시에 불타오른다.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바람에 밤에도 낮처럼 환하다. 바다의 해수면은 너무 뜨거운 나머지 그 안에서 무엇도 살아남지 못한다.

책을 읽다보면 6도 상승한 세계까지 그려보는 것은 너무 과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인류 멸종의 단계까지 나아가기 전에, 전 인류가 손을 놓고 있을 리는 없지 않은가.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세계 195개 나라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한참 아래로 억제하고 가급적 1.5도로 제한한다’는 협정을 채택했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20여개 국가는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량 제로를 의미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같은 선언이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빠르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는 2015년 파리에서 돌아온 각국 정상들은 화석 연료를 태우는 발전소를 더 많이 건설하고,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고자 시추와 파쇄를 실시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탄소를 배출하는 기반시설에 대해서는 10~20년 앞서 그 영향을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금 계획되었거나, 허가되었거나, 건설 중인 모든 발전소를 백지화하면 앞으로 나올 (탄소 배출량) 188기가톤을 배출하지 않을 수 있다”며 더 적극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했던 독일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배출량 제로인 동력원을 폐쇄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화석 연료 사용을 너무 경계한 나머지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지속 가능성을 너무 높게 평가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핵 폐기물 처분 방안마저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끝까지 읽고 나면 저자가 묘사하는 기후재앙의 세계가 무섭고,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가 버겁게 들린다면 한 가지를 기억하라. 아직은 전부 망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 ‘너무 늦었다’고 선언해야 할 이유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내 메시지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라며 끝까지 희망에 방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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