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이태원 참사에 따른 정부의 책임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촉구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노동자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2022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는 국가의 책임”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노동 개악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이날 본집회는 오후 3시부터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시청 앞에서부터 삼성본관을 지나 숭례문 인근에 이르기까지 주최 측 추산 9만여명이 모였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들은 이날 오후 12시30분부터 사전 결의대회를 진행한 뒤 3시 본집회로 집결했다.
노동자대회에서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정부의 공공안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임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 나왔다. 노조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157명을 추모하며 윤석열 대통령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 사퇴,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동자 민중이 죽어가고 있다. 백주대낮에 길에서 시민들이 죽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가 죽음의 행렬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를 처벌하라고, 안전운임제를 실시하라고,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인력을 충원하라고, 살려달라고 이태원에서 112, 119에 신호를 보냈듯이,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절규에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움직임, 임금·노동시간 체계 개편 작업 등이 기업과 재벌의 이윤만을 향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개악 저지와 함께 민영화 중단,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기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요구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는 작은 정부는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낸다”며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는 것은 노동개악을 넘어 노동말살”이라며 “재벌 대기업 편에서 노동자를 노예 취급하는 대통령은 우리가 먼저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이태원 참사에 따른 정부의 책임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촉구했다. 성동훈 기자
각계 노동자들의 성토도 쏟아졌다.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산업현장 사망자 유가족이 추운 겨울 곡기를 끊고 만들어낸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누더기 법을 아예 있으나마나한 법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건설 노동자가 매일 2명씩 죽어가도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대체 왜 대통령이 됐나. 무엇을 이루고 싶어 출마했나”라며 “가난하면 병원도 못 가고, 전기도 못 쓰고, 전철도 못 타고, 교육도 못 받고, 돌봄을 못 받는다는 것이 이 정부가 내놓은 민영화 정책”이라고 했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했다.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지난 3일 SPC그룹 피비파트너즈와 노동조합 사이에 노사 합의를 도출한 사실을 언급하며 “파리바게뜨는 장사가 잘 될 땐 무급노동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더니 SPC 잘못으로 장사가 안 되자 고통을 분담하자고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책임자 처벌 촉구 촛불집회에 동참한다.
한편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들도 이날 오후 1시부터 동화면세점 앞에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 단체 신자유연대는 오후 3시부터 삼각지역 일대에서 ‘전 정부 인사 구속 수사 촉구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로 서울 도심 교통은 통제됐다. 경찰은 집회 시간대에 긴급차량 이동통행로를 제외한 세종대로 전 차로를 통제했다.

1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이태원 참사에 따른 정부의 책임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촉구했다. 성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