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눈은 내가 치워야죠…농촌에 산업폐기물 떠넘기는 건 차별”

손제민 논설위원

농촌의 산업폐기물 소각장과 8년 싸움, 유민채씨

유민채 전 청주 북이면 추학1리 이장이 마을 어귀 600년 된 느티나무 아래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산업폐기물 소각장과 전투기 굉음으로 인한 환경 침해 속에서 이 마을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14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 마을 이장을 지냈고, 지금은 추학1리 마을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청주 | 문재원 기자

유민채 전 청주 북이면 추학1리 이장이 마을 어귀 600년 된 느티나무 아래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산업폐기물 소각장과 전투기 굉음으로 인한 환경 침해 속에서 이 마을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14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 마을 이장을 지냈고, 지금은 추학1리 마을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청주 | 문재원 기자

작목반을 이끌며 벼와 홉을 재배하는 여성 농민. 원래는 시를 쓰고 싶어서 뒤늦게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들어갔다. 졸업 후 지역 환경단체에서 일하면서 생태 환경에 눈을 떴고, 부친 사후 노모를 모시기 위해 고향인 청주 북이면 추학1리에 귀향해 18년째 살고 있다. 우연찮게 최초의 여성이자 최연소 마을 이장이 된 뒤, 작은 농촌 마을에 전국에서 오는 산업폐기물 소각장이 집중된 현실에 분노하게 됐다.

청주시가 전국 산업폐기물 16% 처리…북이면이 그중 3분의 1 받아내
대부분 민간 소각장이라 허가만 받고 불법에 탈법…관리감독도 안 돼
산업폐기물 국가 주도로 공공처리 법제화 등 폐기물 정책 대전환 필요

2018년 조사 결과 5~6년 새 암 사망 60명…절반이 폐암에 여성이 다수
환경부 ‘인과성 제한적’ 애매한 결론에 투쟁…재조사 결과 곧 나올 듯

시골길을 질주하는 대형 덤프트럭, 소각로 연기에 묻어 오는 매캐한 냄새, 여기에 10분 간격으로 귀를 찢는 전투기 굉음까지. 이곳이 과연 아이를 키우고, 어르신들이 살 만한 곳일까. 충북 청주시 북이면의 첫인상은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반경 3㎞ 내에 공군비행장이 있고, 산업폐기물 소각장이 3개나 몰려 있다. 20년 전만 해도 “그래도 살 만한, 전형적인 농촌”이었던 이 마을은 어느새 갈가리 나눠졌고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하며 살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되었다. 6500명이던 면 인구는 4500명으로 줄었다. 인근 증평·진천 장터에서 북이면 작물이라고 하면 잘 팔리지도 않는다. 주민들 모르게 야금야금 농지를 먹어 들어온 소각장들 때문이다.

어쩌다 인구의 0.01%도 안 되는 이 작은 행정구역이 전국 산업폐기물의 6.5%를 떠안게 되었을까. 이곳에서 태어나 노모를 모시고, 아이를 키워야 했던 유민채씨(53)가 차별·인권침해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이런 현실에 분개한 것은 당연했다. 마을 이장이 된 8년 전부터 유씨는 지역인권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 지역 언론사와 정치인들을 찾아다녔다. 환경 피해를 받는 이들이 대부분 취약한 노년층이고, 폐기물 주발생지도 아닌 지역에 폐기물처리장이 과다하게 몰린 것 자체가 명백한 사회적 차별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정부기관, 언론, 지역 정치인들의 무관심에 절망했다. 그가 몇몇 마을 사람들과 긴 싸움을 이어온 이유이다. 유씨는 지난달 15일 국회 폐기물 토론회에 참석해 북이면 사례를 소개하며 “대한민국 폐기물 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유민채 북이면 추학1리 전 이장을 지난달 29일 만났다.

- 소각장이 들어서기 전 이 마을은 어땠나요.

“전형적인 농촌, 시골 마을이었죠. 나름 자연환경과 농촌 경관이 살아 있는 마을이었어요. 주민들 대부분이 종중이거나 친·인척들로 한 집 건너 두 집꼴로 다 아는 얼굴이고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 알 정도로 서로 정답게 지내는 곳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공동체가 많이 깨지고, 환경도 나빠졌습니다.”

- 소각장이 얼마나 들어와 있나요.

“주민 주거지 3㎞ 이내에 세 개가 자리해 있습니다. 민간 소각업체 클렌코(옛 진주산업)가 하루 약 400t, 우진환경이 130t, 다나에너지솔루션이 130t, 총 700t 정도 소각하고 있습니다. 옆 마을 오창읍 후기리에도 소각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청주시와 행정소송 중입니다. 그리고 북이·내수·에어로폴리스지구 등 산업단지가 입지할 예정이어서 그 안에 폐기물 매립장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입니다.”

- 어디서 어떤 폐기물이 들어오나요.

“충청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도 있지만 수도권, 경상도 등 타지에서 오는 것이 더 많아요. 건설폐기물, 반도체폐기물, 고무·폐타이어, 합성섬유도 많이 들어와요. 일반 제조업 폐기물보다 독성이 강한 석면·유독물 등 지정폐기물도 12t 정도 들어옵니다.”

-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일단 냄새를 많이 호소해요. 소각장 인근 밭의 배추에 까만 재가 내려앉기도 했어요. 민들레 엑기스 사업을 하던 분은 접어야 했고요. 그러니 친환경 먹거리 생산이 되겠어요? 무엇보다 암 환자, 그중에서도 폐암 환자가 유난히 많은 것도 그것과 관계가 있다고 봐요.”

그는 2018년 북이면 51개 마을 중 19개 마을을 직접 조사한 결과 5~6년 사이 암으로 숨진 사람이 60명이고, 그중 폐암이 31명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여성이 다수였다. 지역 보건소의 재가 암환자 조사 결과 북이면의 암 발병 비율이 소각장이 없는 다른 마을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듬해 주민 1523명이 환경부에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다. 국내 최초로 산업폐기물 소각장의 암 발생 영향조사가 이뤄졌다.

“주민들 몸속의 다이옥신,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 발암물질 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왔어요.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전국 평균보다 6배 가까이 높게 검출됐고요. 하지만 환경부는 폐기물 대란을 염려했는지, 소각장과 암 발생의 인과성이 ‘제한적’이라고 애매하게 결론내렸어요. 인과성이 없다고 하지는 않았죠. 납득할 수 없어 재조사를 요청했고 60여일간 환경부와 대치하기도 했습니다. 재조사가 결정됐고 곧 결과가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 현 제도하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단일 지역에서 너무 많은 양의 폐기물을 처리하다 보니 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무의미하게 된 것이죠. 게다가 민간 소각장이다 보니 불법과 탈법이 만연하고 관리·감독기관에서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중 생활폐기물은 11.5%, 산업폐기물은 88.5%이다. 생활폐기물은 대부분 공공이 관리하고, 광역지자체 권역 내에서 처분하도록 돼 있다. 반면 산업폐기물은 민간이 처리시설을 운영하고 광역권 경계를 넘어 이동할 수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환경부의 관심은 국민 안전과 건강에 있지 않고 오로지 발생된 폐기물을 매립이든 소각이든 없애서 처리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생활폐기물은 공공이 처리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설비가 노후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즉각 수리하고 교체에 들어가지만 산업폐기물은 그런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 됩니다. 공공시설의 경우 주민 지원과 감시 제도가 있지만 민간시설은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 불법·편법이 만연하겠네요.

“더 많은 폐기물을 가져와 처리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이니 허가 용량 이상으로 소각하고,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활성탄을 사용하지 않아 완전 연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민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죠. 또 점검이라고 해야 사실상 미리 계획하에 하는 자체 점검이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입니다. 문제가 된 클렌코의 경우도 조사 과정에서 6개월간 1만3000t 이상 과다 소각한 사실이 적발됐어요. 다이옥신을 기준치보다 2~5배 많이 배출한 적도 있습니다.”

- 그런데 왜 하필 북이면이었을까요.

“북이면은 청주시의 외곽에 있고 경부IC와 중부IC가 10분 이내 거리에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에서 폐기물을 운송해오기 편리합니다. 농촌이어서 땅값이 싸고, 인구가 적은 데다 고령화돼 있다 보니 저항의 목소리도 작습니다. 그러니 폐기물업자들 입장에서는 호구로 보는 거죠. 농촌 특성상 지역에서 목소리 크고 방귀깨나 뀐다는 직능단체장이나 이장 몇명만 구워 삶으면 반대 목소리도 쉽게 가라앉힐 수 있는 환경이죠.”

청주시 전체가 전국 산업폐기물의 16%를 처리하고, 북이면이 그중 3분의 1 이상을 받아내고 있다.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있었습니까.

“대부분 주민들은 그런 게 들어오는지도 몰랐어요. 민간에서 운영하는 산업폐기물 처리장이기 때문에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시의 허가만 받으면 쉽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죠. 1일 소각량이 100t 이하면 신고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고요. 업자들은 일단 허가받아 들어와서, 증설을 하는 게 주목적입니다. 증설을 해야 돈을 긁어모으거든요. 이 사업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클렌코에 외국계 투기자본 맥쿼리 자산운용이 투자하고, 최근 이 소각업체가 대기업인 SK에코플랜트에 2000억원 넘는 돈에 팔린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클렌코가 이 지역에서 소각업을 시작한 2001년, “처음엔 어디서 연기가 올라오는데 가마솥 올려놓고 불을 때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루 3~4t 정도로 소량 소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양은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2016년 352.8t으로 허가 용량의 4배 가까이 증설됐다. 그 후 또 다른 소각업체 우진환경이 소각장 5배 증설을 도모했다. 하지만 실상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의 강한 반발로 아직까지 증설하지 못하고 있다.

추학1리의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벽보. 산업폐기물 소각장으로 낙인찍힌 이 마을 사람들은 후쿠시마 사람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낀다.

추학1리의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벽보. 산업폐기물 소각장으로 낙인찍힌 이 마을 사람들은 후쿠시마 사람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낀다.

- 폐기물 정책 문제는 무엇인가요.

“전체 폐기물에서 산업폐기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폐기물 처리는 국민 안전·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는 걸 인정한다면 산업폐기물을 민간에 맡길 게 아니라 국가 주도의 공공처리를 법제화해야 합니다. 또 발생지 처리 원칙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워야죠. 그래야 탄소배출량도 줄어듭니다. 민간 소각장이 탈법·편법으로 운영되고 문제가 생겨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지자체나 정부가 비용 들여 처리하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재주는 곰이 부렸는데, 그 이득은 업자들이 탈취해 가는 겁니다. 지역민과 국가가 무슨 봉입니까. 주민들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언제까지나 피해를 당하고 살아야 합니까. 기존 민간 소각장에도 입지·면적에 따른 용량, 연한, 입지 제한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발생되는 쓰레기를 어쩌라는 것이냐라는 식의 태도로는 폐기물 대란을 막을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일회용품 사용과 과다 포장 규제만 제대로 해도 전국의 소각장 수십개는 줄일 수 있습니다.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쓰레기가 없도록 완벽한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도 있습니다. 산업단지만 늘릴 것이 아니라 폐기물 발생이 거의 없는 생태산업단지를 만들어 기업과 기업 간, 기업과 지역공동체 간 부산물 교환 시스템을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 ‘지방 소멸’ 위기에 기업들은 농촌 마을이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라도 수용해야 일자리가 생겨날 것 아니냐는 논리마저 펴고 있는데요.

“농촌 사람들을 모욕하는 발언입니다. 북이면에 400개 넘는 작은 공장들이 있지만, 지역 주민들이 일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소각장에 지역 주민이 취업한 사례도 없습니다. 클렌코 정도 매출이면 대기업 수준인데, 현장 직원은 40명도 안 됩니다. 북이면 인구가 소각장 설치 후 계속 줄었다는 것만 봐도 그런 논리가 말이 안 됩니다. 우리는 돈 벌 테니 너희는 그거 안고 살아라는 건데 농촌 사람들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겁니다.”

- 북이면 사례는 많은 농촌이 겪을 미래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농촌 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겪을지도 모르는 미래가 아닌 현재 많은 농촌 지역들이 겪고 있는 고통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뭘 하는 곳입니까. 환경부는 또 뭘 하는 곳입니까. 농식품부는 농촌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라고 하고 경관을 꾸며 체험 농촌을 만든다고 홍보하고, 환경부는 쓰레기를 농촌에 갖다 태우고 매립합니다. 부처 간에 서로 유기적인 정책을 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농식품부가 예산 들여 경지정리를 해놓으면 기업형 대형 축사단지, 산업단지가 들어옵니다. 환경부는 폐기물을 처리하려고 일부러 산업단지 허가를 내주는 꼴 아닙니까. 환경부라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어야지 어떻게 폐기물만 쉽게 처리하려 합니까. 농촌 주민들은 지역 몇몇 부호나 유지들, 단체장들에게만 지역을 맡겨서는 안 됩니다. 지역민들끼리 뭉쳐서 환경단체도 만들고 우리 지역을 해치는 요소가 없는지 스스로 찾아보고 의견을 모아야 합니다. 이 지역도 외부에 나갔다가 온 사람들이 활동을 했지, 기존에 있는 분들은 문제를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무관심은 적입니다. 내 지역, 내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찾아내야 합니다.”

북이면 사례는 도시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현실이다. 도시 사람들의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지탱하기 위해 대량의 폐기물은 어딘가에 버려야 하는데, 그것이 인구가 적고 고령 인구만 많은 농촌이어서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농촌의 공익적 역할을 왜 하필 식량 생산, 자연환경 보전도 아닌 쓰레기 처리장에서 찾아야 할까. 산업폐기물의 농촌 쇄도 문제에서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큰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농촌 지역에 더 많은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고, 환경은 더 나빠지고, 농촌 인구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 소멸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더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산업·의료폐기물 문제점

의료폐기물 소각장
서울 빼고 지방 몰려
주민에 부담만 전가
기업은 막대한 이익


산업폐기물의 일종인 의료폐기물 처리만큼 지역 불평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2021년)에 따르면, 전체 의료폐기물의 57.1%가 나오는 수도권엔 3개의 의료폐기물 소각장만 있다. 반면 의료서비스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비수도권에는 11개의 소각장이 있다. 그나마 수도권 3개 소각장도 연천·포천·용인 처인구 같은 농촌 지역에 있다. 29.7%의 의료폐기물이 발생하는 서울에는 소각장이 아예 없다. 경주·경산·고령의 소각장들은 경북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7.3배를 소각한다.

다른 산업폐기물과 마찬가지로, 의료폐기물 역시 발생지 처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민간업체가 맡기 때문에 폐해가 많다. 경북 고령군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주민대책위원장 정석원씨는 지난달 15일 공익법률센터 농본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피해 실태와 대안 모색 토론회’에 나와 소각업체 아림환경의 의료폐기물 불법 방치를 밝혀내기까지 과정을 소개하며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성토했다.

주문진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김성수씨는 태영동부환경이 주문진에 독성이 강한 지정폐기물 매립장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원도는 전국 지정폐기물의 0.9%만 만들지만, 주문진읍에 타 지역 폐기물까지 받는 676만㎥의 큰 매립장을 짓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식생보전등급, 지형 등을 고려하면 매립지로 적합하지 않지만 대기업의 로비를 등에 업고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충남 예산, 전북 완주 등 비슷한 사례가 전국에 넘쳐난다. 도로가 연결돼 있고, 노령층이 사는 농촌이라면 어디든 민간 폐기물 처리장이 점령할 기세다.

폐기물처리업은 인허가만 받으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된다. 업체들이 동의서만 써주면 가구당 수천만원의 거액을 주겠다고 회유하기도 해 주민 간 분열이 커진 사례도 보고됐다.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산업단지와 묶어서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짓게 했는데, 매립장을 짓기 위해 허울뿐인 산단을 계획하는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문제는 민간이 운영하는 구조하에서 과다 소각·매립으로 인해 유해물질이 유출되어도 피해가 즉시 시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피해는 주민이, 사후관리는 공공이 떠맡게 된다.

농본 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산업폐기물 매립·소각은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그 부담도 정의롭게 배분해야 할 문제이지만 일부 지역 주민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몇몇 기업이 큰 이익을 누리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는 환경정의에도, 경제정의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성 있는 주체가 운영하거나 지나친 이윤을 환수하고, 환경오염 등 주민 피해를 공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중앙정부, 지자체 모두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손제민 논설위원

손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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