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총선 선대위원장’을 할 경우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원하고
윤 대통령의 퇴임 후 보험 위해
한동훈 선대위원장 가능성 높아

4050 고립의 세대포위론 2.0으로
민주당 역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

[최병천의 21세기 진보] 한동훈이 ‘총선 선대위원장’을 할 경우

정치는 말의 전쟁이다. 다른 한편, 선거는 상상력의 전쟁이다. 선거 공간은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주도할 때,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2012년 박근혜의 ‘경제민주화’다. 강경보수 이미지의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행보였다. 민주당은 ‘가짜 경제민주화’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중도층 일부를 설득했고, 결국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의 성공 사례도 있다. 2016년 문재인은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김종인은 바로 4년 전 선거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 비대위원이었다. 다른 한편,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당시 문재인은 적진에서 활약했던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016년 민주당의 총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2024년 총선 역시 ‘발상의 전환’을 놓고 서로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매우 유력한 전망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선거 전체를 지휘하는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원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이다. 정치에 관심 있는 국민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현재 국민의힘 대표는 김기현이다. 이를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극소수 정치 고관여층만 알고 있다.

선대위원장은 총선 전체를 지휘하고 대표하는 얼굴이다.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가 중요하다. 김기현의 인지도와 존재감은 한계가 명확하다. ‘한동훈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 한국갤럽은 6월 1주 차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했다. 이재명 22%, 한동훈 11%, 홍준표 5%, 오세훈 4% 순이었다. 국민의힘 정치인 중 보수와 중도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한동훈이다. 홍준표, 오세훈, 안철수, 원희룡, 나경원 등이 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둘째, 윤석열 대통령이 원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적이 있다. 윤석열과 한동훈은 ‘정치적 동지’ 관계인 동시에 ‘형님-아우’ 관계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윤 대통령이 한동훈을 차기 대선주자로 밀어줄 유인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는 ‘전임 대통령 공격’이 하나의 관례처럼 작동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총 8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이 중에서 전임자를 공격하지 않은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정도다. 나머지 정부는 전임 대통령을 수사하거나 감옥에 보냈다.

누군가를 수사하고 감옥에 보내는 것을 업으로 했던 윤 대통령은 누구보다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한동훈이 대선주자가 된다면 정치적 동지로 힘을 얻는 동시에 훗날 자신의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한동훈을 차기 대선주자로 띄워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총선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다. 1996년 총선에서 당시 신한국당(현재 국민의힘 계열)의 선대위원장은 이회창이었다. 이회창은 1997년 대선에 후보로 나갔다. 차기 대선주자를 선대위원장으로 앉힌 경우다. 2012년 총선에서 박근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선거 캠페인 관점에서 한동훈이 국민의힘 총선 선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대중적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민주당 입장에서는 얼마나 위협적인 것으로 봐야 할까?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수세적인’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동훈은 ‘탈냉전 스마트 우파’ 이미지가 있다. 인혁당 가족들의 억울한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를 했다. 제주 4·3 직권재심을 일반재판 수형인에게도 확대했다. 한국 경제 발전의 결정적 국면으로 농지개혁을 주목했다. 농지개혁에 대해 이승만과 함께 조봉암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발상은 냉전우파와 냉전좌파 모두와 구분된다. 민주화 세력의 역사적 공을 적극 인정하고 있다.

둘째, 한동훈은 1973년생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국민의힘 전통 지지기반은 어르신들이다. 반면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은 4050세대다. 플레이어 관점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86세대’가 압도적이다. 86세대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자를 의미한다. 사실상 ‘1980년대 학생운동 출신’과 같은 의미다.

한동훈이 선대위원장이 되면, 50세인 한동훈과 60세를 넘긴 민주당 선대위원장(혹은 비대위원장)은 대비될 것이다. ‘젊고 새로운’ 보수와 ‘나이 먹고 오래된’ 진보 구도가 그려질 것이다.

이 지점에서 민주당이 유의할 게 있다. 핵심은 단지 ‘나이’가 아니다. 민주당에도 젊은 정치인들은 꽤 있다. 그러나 세계관 측면에서 86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전대협 출신 60대 국회의원을 한총련 출신 40대 국회의원으로 바꾼다고 세대 교체인 것은 아니다. 세대 교체는 나이 교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여야 한다. 민주당은 ‘탈냉전 스마트 좌파’가 많아져야 한다.

지난 대선, 이준석은 ‘세대포위론’을 주창했다.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인 6070세대와 2030세대가 연합해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를 포위하자는 내용이다. 당시 2030 남성은 윤석열을 더 많이 찍었다. 현재 무당파와 중도층의 최대 덩어리는 2030세대다. 한동훈 선대위원장 카드는 ‘세대포위론 2.0’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한동훈 선대위원장 체제가 실현된다면 민주당은 어떤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까? 현재 민주당은 총선과 아무 관계도 없는 ‘대의원제 개편 이슈’로 친명과 비명이 계파싸움을 하고 있다. 계파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으면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민주당 역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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