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온실가스 감축 부담 덜어준 정부 ···‘기후 무역장벽’ 속수무책

박상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왼쪽),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와 함께 시삽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왼쪽),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와 함께 시삽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을 14.5%에서 11.4%로 줄인 데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원료 확보가 어려운 데다 최근 정유사들이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부담을 덜어줬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기후규제가 현실화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번 온실가스 감축목표 후퇴가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국회 보고자료를 보면, 정부는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을 낮추는 근거로 “바이오 나프타 부족, 수소혼소기술 상용화 지연으로 석유화학 온실 감축이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석유화학 업종 온실가스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기술 개발 지연과 원료 확보 등의 문제로 석유화학 업종의 탄소 감축량이 주로 조정됐다”며 “철강 등 다른 업종의 경우 소폭 조정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 배출 업종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상위 30대 기업 중 석유화학 기업이 9개일 정도로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막대한 규모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유는 원유 기반인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의 제품을 생산한 영향이 크다. 온실가스는 나프타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주로 배출된다. 석유화학 업체들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나프타를 대두유, 팜유, 폐식용유를 재활용한 바이오 나프타로 대체하려고 하지만 원료 조달의 안정성과 높은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

나프타를 분해하는 데 필요한 고온의 열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나온다. 업체들은 기존 석탄 화력 대신, 제품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연료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내 1위 화학업체인 LG화학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는 862만t으로 5년 전인 2017년(766만t) 대비 12.5%나 늘었다.

최근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설비에 대규모 신규투자를 한 점도 석유화학 온실가스 감축률을 재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에쓰오일(S-oil)은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 외국인 투자 사업인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통해 2026년까지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 대산 HPC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전남 여수에 석유화학 설비인 올레핀 생산시설을 올해부터 본격 가동한다.

석유화학 업계는 이번 감축률 재조정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온실가스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조달해야 하는 바이오 연료 규모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신규 투자 반영 등 현실화가 필요한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탄소배출 감축 규모를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2026년부터 도입되는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기후 규제는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U 수입업자는 한국산 제품에 포함된 탄소량만큼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석유화학은 일단 규제 품목에서 빠졌지만 향후 시범 시행기간 새로 포함될 가능성도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EU 규제 수준을 맞추다 보면 생산비용이 늘어나 오히려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수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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