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명 정원에 370명 빽빽···‘시한폭탄’ 김포도시철도

박준철 기자

호흡곤란 증상으로 쓰러지는 승객들 잇따라

건설 당시 서울 통근 수요 증가 예측 못해

설계 한계·예산 부족으로 뾰족한 해법 없어

김포도시철도를 타기 위해 승객들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김포도시철도를 타기 위해 승객들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출퇴근 때 승객이 몰려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서 호흡곤란 증상으로 쓰러지는 승객들이 잇따르고 있다. 2019년 개통 이후 비슷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도시철도 건설 당시부터 이용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건설한 데다가 예산 부족 등으로 뾰족한 해법도 나오지 않고 있다.

12일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7시 50분쯤 김포도시철도 김포공항역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호흡곤란 증상 등을 호소하며 쓰러져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들은 빽빽한 전동차를 타고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뒤 하차 직후 호흡곤란과 어지럼 증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21일에도 전동차에 타고 있던 한 여성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했고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포시 관계자는 “출근 시간대 승객이 몰려 전동차 안에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승객이 종종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한강신도시와 서울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을 잇는 경전철인 김포도시철도는 2량 1편성으로 ‘꼬마열차’이다. 전동차 정원은 172명이지만, 오전 7시~8시 출근시간대에는 370명 가량이 타면서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압사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김포도시철도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압사 사고가 언젠가는 터질 것처럼 보여요” “ 출퇴근 시간에 너무 숨쉬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 호흡곤란 올 것 같아요” 등 민원이 빗발쳤다. 애초 김포도시철도는 하루 6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지난 3월 하루 평균 7만8000여명이 이용했다.

전동차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2019년 개통 전부터 전동차 떨림 현상이 발견돼 개통이 2차례 연기된 데 이어 2020년 5월 전동차가 고장나 2차례 멈췄다. 같은 해 12월 21일 오후 6시 32분쯤에는 김포공항역을 출발해 고촌역으로 가던 전동차의 종합 제어장치가 고장 나 승객 600여명이 1시간 가량 전동차에 갇힌 적도 있다. 지난해 11월 23일과 25일에도 출근 시간대 전동차가 고장 나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김포도시철도가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운영비·인력 부족과 조직 운영 미흡 등이 꼽힌다.출퇴근 시간대 서울 통근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철도를 건설한 탓에 혼잡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포시는 한강신도시 등 각종 택지개발로 개통 당시인 2019년 인구가 43만명이었으나, 지난 3월 48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국비나 도비 지원 없이 한강신도시 교통 분담금과 김포시 예산으로만 노선 건설을 하다 보니, 특정 시간대 집중되는 이용객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것이다. 김포시는 향후 인구 7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 상태라면 지옥철을 넘어 승차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승강장의 경우 2량 짜리 꼬마열차 기준으로 건설돼 열차 규모를 늘리기가 어렵다. 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48번 국도와 올림픽대로는 차량 정체가 심해 교통 수요 분산도 힘들다.

김포시는 내년 9월부터 12량 6편성을 추가로 투입하면 승객 과밀 현상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포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김포도시철도의 승객 과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울지하철 5호선을 인천 검단 북부만을 거쳐 김포신도시로 직선화시켜 건설하는 것 뿐”이라며 “장기적으론 김포를 연결하는 철도·도로망 조기 착공 등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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