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전쟁으로, 이젠 지진으로···또 다시 ‘난민’이 된 시리아인들

선명수 기자

강진 피해로 또 다시 ‘집 잃은’ 시리아 난민들

국제사회 제재로 구호 통로 한 곳에 불과

안보리, 반군 지역 구호 통로 확대 논의 예정

구호 손길 한시가 급한데···이번에도 '러시아 반대'가 변수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부상을 입은 한 시리아 소년이 시리아 알레포주 진다이리스 마을의 잔해 속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부상을 입은 한 시리아 소년이 시리아 알레포주 진다이리스 마을의 잔해 속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북서부 난민촌 텐트에서 수년간 살아온 알리 아부 야신은 벽돌로 된 벽이 있고, 머리 위엔 단단한 천장이 있는 집이 있는 이들을 부러워 했다고 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발생한 강진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야신은 “친척 중 20명 이상이 아파트 건물이 붕괴돼 사망했다”며 “그들의 시신을 꺼내 매장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한 때는 떠나고 싶었던 난민촌 텐트에서 살아온 그는 “나는 정말 운이 좋다. 신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수년간 전투와 폭격으로 파괴된 도시가 이번에는 지진으로 무너졌다. 강진의 직격탄을 맞은 시리아 북서부에서는 다시 한 번 집을 잃은 ‘난민’들이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대한 구호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안보리의 움직임이 너무 느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강진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전역에 방대한 피해를 남겼지만, 시리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리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알 아사드 정권과 반군 간의 내전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알 아사드 정권은 반군 지역의 민간시설에 무차별 포탄을 쏟아붓고 화학 무기까지 써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시리아에선 12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전쟁 전 인구(약 2300만명)의 절반이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야신 역시 고향 이들리브의 한 마을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강진으로 인한 피해는 알레포, 하마, 라타키아 등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뿐 아니라 이들리브 등 반군이 장악한 지역까지 광범위하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번 지진으로 시리아에서 530만명이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

10일(현지시간) 지진으로 파괴된 시리아 알레포주 진다이리스 마을에서 주민들이 붕괴된 건물 사이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지진으로 파괴된 시리아 알레포주 진다이리스 마을에서 주민들이 붕괴된 건물 사이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알 아사드 정권이 지진 발생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시리아에 대한 구호 지원은 시리아 정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 발표였다.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정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알 아사드 정권은 지진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8일에서야 국제사회에 지원 요청을 했다. 지진 발생 나흘이 지난 10일 시리아 내각은 공식 성명을 통해 반군 장악 지역으로의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시리아에서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11일 기준 시리아 지역의 사망자는 최소 3353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아 정부는 며칠 전 강진으로 1387명이 숨졌다는 발표를 끝으로 현재까지 추가 사망자 집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북서부 반군 점령지에서는 사망자가 2166명에 이른다고 구조단체 시리아민간방위대(SDC)가 밝혔다. ‘화이트 헬멧’으로 불리는 이 민방위 조직은 시리아 내전 당시 포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주민들을 구하던 기술을 이용해 이번엔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사상자를 구조하고 있다.

지진 발생 닷새째인 지난 10일 14대의 트럭으로 구성된 유엔 구호 트럭이 처음 시리아 국경을 넘었지만, 도로가 파괴돼 재난 현장으로 가는 데 더 시일이 소요됐다. 해외 구조대와 구호 물품이 들어갈 길목이 튀르키예와 연결된 육로 단 한 곳에 불과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보리는 튀르키예 강진 현장에 파견된 마틴 그린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이 돌아오면 그의 보고를 듣고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 대한 구호 통로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엔은 2014년부터 튀르키예를 통해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있다. 당초 안보리는 시리아 내전 중이던 2014년 구호 통로를 총 4곳 제시했지만, 시리아 정부는 물론 알 아사드 정권의 강력한 후원국인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통한 구호를 주장하며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 한 곳만 가동돼 왔다.

로이터통신은 구호 통로를 확대하려는 안보리의 논의가 이번에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단일 통로로 구호 물자 운송을 제한한 현재의 안보리 규정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엔 외교관은 “이 사안을 질질 끄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안보리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알 아사드 정권이 지진 구호 활동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댄 스토에네스쿠 EU 시리아 특사는 “다마스쿠스 정부는 인도주의적 원조 이슈를 정치화 하지 말고, 유엔과 구호단체의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한 선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로이터통신에 12일 말했다. 시리아 정부는 서방의 제재로 지진 구호 활동이 방해받고 있다며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해 왔다.

스토에네스쿠 특사는 시리아 정부에 대한 제재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방해하지 않는다면서 EU회원국에 적극적인 구호 참여를 독려했다고 밝혔다. 또 알아사드 정부가 원조 물품을 전용한 전례가 있었다면서 “구호물품이 취약한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충분한 안전장치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은 알 아사드 정권이 지진 구호 활동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댄 스토에네스쿠 EU 시리아 특사는 “다마스쿠스 정부는 인도주의적 원조 이슈를 정치화 하지 말고, 유엔과 구호단체의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한 선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로이터통신에 12일 말했다. 시리아 정부는 서방의 제재로 지진 구호 활동이 방해받고 있다며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해 왔다.

스토에네스쿠 특사는 시리아 정부에 대한 제재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방해하지 않는다면서 EU 회원국에 적극적인 구호 참여를 독려했다고 밝혔다. 또 알 아사드 정부가 원조 물품을 전용한 전례가 있었다면서 “구호 물품이 취약한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충분한 안전장치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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