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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사망’ 코스트코, 동료직원 참고인 조사에 변호사 붙여···“진술 감시 의혹”

이홍근 기자
코스트코 하남점 전경. 코스트코 제공

코스트코 하남점 전경. 코스트코 제공

직원이 폭염 중 일하다 사망해 고용노동부 수사를 받는 코스트코가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고 동료 직원들 참고인 조사에 사측 변호사를 입회하게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인의 동료들은 변호사의 감시 때문에 열악한 노동환경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3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지난달 29일 코스트코 하남점을 찾아 주차관리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당시 근로감독관은 직원들에게 근무 시간과 근무 환경, 교대 시스템 등을 물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자리에 사측이 고용한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입회했다는 것이다. 변호사는 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직원 옆에 앉아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 일반 형사사건으로 치면 피고인의 대리인이 참고인 조사에 입회한 셈이다. 당시 조사를 받은 한 직원은 “부담감이 느껴져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측에 수사기밀이 고스란히 유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서류상으론 (직원들이) 변호인 선임계를 낸 것처럼 적혀 있어 제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변호사가 제출한 선임계에 참고인 조사를 받는 직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선임한 적도 없고 사측이 동의를 구한 적도 없다”고 했다. 지난 6일 다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때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사망한 고 김동호씨의 아버지 김길성씨는 “김앤장 변호사들이 갔다는데 어떻게 제대로 진술을 할 수 있었겠냐”면서 “입막음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들의 동료 직원들이 오히려 제대로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더라”면서 “(사측이) 사과도 없고 책임도 안지려 한다”고 했다.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카트 및 주차관리를 하던 김동호씨는 지난달 19일 주차장에서 일하다 쓰러졌다. 이틀째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기록해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김씨는 이날 매 시간 200대의 카트를 밀고 다니며 17㎞를 이동했다. 쓰러진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내 숨졌다.

유족은 코스트코가 원가 절감을 위해 공기순환기를 제대로 틀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제공하던 얼음물도 점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사라졌고 온도체크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휴게시간 역시 3시간당 15분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휴게실이 5층에 있어 짧은 시간에 다녀오기 어려웠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코스트코 측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씨의 사망진단서상 사망원인은 처음엔 단순히 ‘폐색전증’이었다. 그러나 유족이 김씨 휴대폰 잠금을 풀어 고인이 더운 환경에서 일하다 쓰러진 사실을 밝혀냈고, 이를 병원에 제출한 이후에야 폐색전증 원인에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가 추가됐다. 논란이 일자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지난 13일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변호사 입회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면서 “수사에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코스트코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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