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 교사 혼자 끙끙? 해외는 이렇게 대응한다

김나연 기자

독일, 사안 따라 교사부터 주 단위까지 권한 분리

영국, 교권 침해 조치 사항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

추모객들이 지난 21일 교실에서 교사가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추모객들이 지난 21일 교실에서 교사가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권 보호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과 범위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교권 침해 문제를 교사 개인이 아닌 지역사회의 책임으로 보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3일 한국교육개발원의 ‘수업방해 요인 발생 상황에서의 교수학습 활동 보호 방안’ 보고서를 보면, 독일은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교사의 징계 권한을 법으로 보장한다.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나 지역사회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범위도 명시한다. 일례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는 침해 행동이 발생하면 교사는 즉시 자체적으로 학생에게 경고하고 수업에서 배제할 수 있다. 침해 행동에 변화가 없으면 학생은 교장 또는 교원위원회를 거쳐 퇴학까지 당할 수 있다. 수위가 매우 높으면 연방 주 단위에서 교권보호를 위한 심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한국은 어디까지가 교사의 역할이고 어디까지가 교장의 역할인지 교통정리가 명확히 안 돼 있어서 결국 교사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경향성이 상당히 강하다”라며 “학생이나 학부모가 바로 교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와 공식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수업 방해 수준이 심각하면 수업에서 침해 학생을 일정 기간 배제하거나 정학할 수 있다는 점을 교육부 지침에 명시한다. 훈육 과정에서 학생과의 타당한 물리적 접촉을 할 수 있는 사례도 적혀 있다. 영국 교육부의 ‘교내 행동 지침’에 따르면 처벌을 받는 학생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일정 시간 교실에서 배제되고, 관리·감독하에 별도의 교육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한 개정안에는 ‘각급학교의 장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한 학생의 선도가 긴급하다고 인정할 경우 우선 출석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에는 교권 보호 방안과 별개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있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들은 학교 내에 마련된 별도 학급에서 관리·감독을 받으며 일반 학급 복귀를 준비한다. 수업 배제가 곧 처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미국에서는 수업 방해의 ‘반복성’을 판단해 대응 수위를 결정한다. 단순한 문제 행동이면 학부모 면담과 경고 수준에 그치지만, 반복적으로 교육활동에 지장을 주면 단기 정학 등 높은 수준의 조치가 가해진다. 일례로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카운티 공립학군은 학생의 문제행동을 다섯 단계로 구분하는데 가벼운 1단계 수업 방해 행동이 반복되면 2~3단계 수준의 문제 행동으로 보고 그에 맞는 조치를 한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생으로서의 권리와 교사로서 가르칠 권한은 함께 존중받을 수 있다”라며 “구체적인 매뉴얼이 나올 때 학습권 보호 장치 등도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학생 훈육을 위해 제3의 교실로 보낼 수 있다고 한다면 누가 보낼 수 있는 것인지, 누가 인솔할 것인지, 누가 어떠한 내용으로 지도할 것인지 명확한 매뉴얼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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