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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원 부정수급’ 이유로 ‘38억원 청소년 예산’ 전액 삭감한 여가부

조해람 기자

청소년 활동지원 예산 38억원 전액 삭감

여가부, “부정수급 적발” 이유 들었지만

적발 사례 4년간 2곳 800만원…0.025%

“극소수 사례로 시정노력 없이 끼워맞추기”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성가족부가 ‘보조금 부정수급’을 이유로 ‘청소년 활동지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데 실제로 지난 4년간 부정수급 금액은 8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사업 예산 기준으로 부정수급금은 0.025%에 불과했다. 정부가 민간단체 보조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 위해 극히 일부의 사례로 무리한 ‘끼워맞추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가부로부터 받은 ‘청소년 활동지원 사업 부정수급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청소년 활동지원 사업에서는 총 801만7000원의 보조금 부정수급이 적발됐다. 2020년~2023년 해당 사업 예산은 318억2100만원이다.

부정수급은 단체·기관 2곳에서 일어났다. ‘청소년 프로그램 공모사업’을 진행하던 A도서관은 2020년 강사료 54만7000원을 중복해서 지급했다. 여가부는 지난 5월 이 금액을 환수했다. ‘청소년 동아리 지원’ 사업으로 지원을 받던 B단체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7건의 강사비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해당 금액은 747만원으로, 여가부는 지난 6월 해당 금액 전액을 환수했다.

‘청소년 프로그램 공모’와 ‘청소년 동아리 지원’은 ‘청소년 활동지원 사업’에 딸린 세부 사업(내역사업)이다. 여가부는 지난해 청소년 프로그램 공모사업을 통해 84개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또 지난해 2500개 동아리가 지원을 받았다. 두 사업은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기획해 제공하는 프로그램·동아리와 달리, 청소년 당사자들이 기획부터 진행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며 자기주도적으로 창의성·의사소통·협동심 등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여가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부적절한 보조금 회계처리가 적발됐고, 재정사업평가결과가 미흡했다”며 청소년 활동지원 사업 예산 38억2500만원(2023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84개 지원 단체·기관 중 1곳, 2500개 동아리 중 1곳에서 각각 발생한 800만원의 부정수급을 근거로 연간 38억원이 넘는 예산을 전부 삭감한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극히 일부의 부정 사례를 시정하는 대신 이를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청소년 활동예산 삭감의 주요 사유였던 보조금 부정 수급은 결국 일방적인 삭감을 위한 ‘끼워맞추기식’ 근거에 불과하다”며 “주체적인 청소년 활동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 전면 삭감에 나선 것은 윤석열 정부의 청소년 배제 정책의 결과로, 청소년 중심 정책 기조를 바로 세우고 여가부의 사업을 건실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여가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청소년 활동지원 사업 외에도 주요 청소년 참여·지원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여가부가 전액 삭감한 예산은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예산 34억원, 청소년 정책참여 지원 예산 26억3000만원, 청소년 근로권익보호 예산 12억7000만원, 성인권교육 예산 5억6000만원 등이다.


▼ 더 알아보려면

여성가족부가 내년 주요 청소년 참여·지원사업 예산들을 전액 삭감하면서 청소년 복지현장에서는 “여가부가 청소년 정책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자들, 임금체불·성희롱에 내몰린 청소년 노동자들, 자살·학대 위기청소년 등 취약한 청소년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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