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 “이태원 참사 감사계획 없다” 거짓 언론브리핑

조형국 기자    이유진 기자

감사위원회 1월 회의록 입수

감사위원 “계획 반영?” 묻자

감사원 사무처 “그렇습니다”

연내 실시하기로 의견 모아

본지 2월 “감사계획” 보도엔

“사실 아니다” 보도자료까지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감사원이 올해 연간 감사계획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건을 포함시킨 사실이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 건에 대한 감사는 감사원의 올해 감사계획에 ‘사회적 재난의 대비체계’를 감사하겠다는 내용으로 반영됐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지난 2월 올해 연간 감사계획을 발표하며 이태원 참사 건에 대해 ‘구체적 감사계획이 없다’고 브리핑했고, 이태원 참사 감사계획을 세웠다는 본지 보도(2023년 2월17일자 1면)에 대해 보도참고자료까지 내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감사원은 허위 보도자료 작성·배포 등 혐의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강도높게 감사했다. 전 위원장을 감사한 감사원의 논리대로라면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허위공문서 작성·배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감사와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27일 입수한 감사원의 1월 12일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한 감사위원들은 이태원 참사 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감사원 사무처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래서 이 회의에서 주로 논의된 것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연내 감사 시점이었다. 당시 회의는 연내 감사계획을 의결하는 자리였다. 감사위원회의는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이다.

이 회의에서 감사원 사무처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를 하반기에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감사위원 상당수는 가급적 조기에 감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자 최재해 감사원장은 연내 감사를 실시하되 감사 시점은 특정하지 말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A감사위원은 “이태원 감사는 가능한 한 빨리 착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상반기, 조금 더 당길 수 있다면 1분기에 실시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감사원이 일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B감사위원도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도(중략) 우리가 빨리 들어가서 점검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하반기가 아니라 상반기로 당겨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C감사위원은 “이태원 참사 얘기를 하셨는데(중략) 원장님도 그러시고 다른 많은 위원도 그렇고 감사원 내부 구성원으로는 다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으로 미룰 수 없다는 것도 모두 동의하는 것 같다”고 했다.

D감사위원은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는 현재 감사계획에는 반영된 거죠? 시기가 특정이 안되어 있는 거죠?”라고 물었고, 배석한 담당 과장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최 감사원장은 “이태원 감사와 관련된 것은 대안을 하나 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며 “지금 이것이 하반기라고 되어 있는데 기조실장님, 이것을 연중 내지는 이렇게 써놓고요.(중략) 하반기로 넘어가니까 일부러 미루는 느낌도 사실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 감사원장의 제안이 수용돼 실상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인 ‘사회적 재난의 대비체계’에 대한 감사는 연내 실시하되 시점은 특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계획을 세운 바 없다고 브리핑했다. 최달영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월 올해 감사계획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 감사계획이 구체적으로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감사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는 현재 감사계획에는 반영된 거죠?”라는 감사위원 물음에 “예 그렇습니다”라고 한 담당 과장의 설명과 정반대의 브리핑을 한 것이다. 최 기조실장의 이 발언은 다수 언론에서 “감사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감사계획은 전무” 등의 보도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이런 보도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보도가 맞다는 투였다.

경향신문은 지난 2월 감사원이 올해 연간 감사계획에 ‘사회적 재난의 대비체계’라는 항목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를 넣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감사원은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태원 참사 감사는 업무계획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 사무처의 위임전결 규정(훈령)을 보면 주요 보도자료와 주요 언론보도에 대한 감사원의 해명·참고자료 배포의 결재권자는 감사원장이다. 감사원 기조실장, 유병호 사무총장, 최 감사원장이 결재라인인 것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의 감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앞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의 감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앞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최근 사법당국은 공공기관의 허위 보도자료 배포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추세이다. 예컨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서울서부지검이 지난 1월20일 구속기소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에게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가 적용됐다. 현장에 도착하지 않은 시간대에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는 허위사실을 보도자료에 포함시켜 배포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고강도 감찰한 주요 구실 중 하나가 허위 보도자료 배포였다. 허위 보도자료 배포를 지시했거나 묵인했다면 최 감사원장, 유 사무총장, 감사원 기조실장에게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상태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내부 논의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본지 보도 이후 배포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보도참고자료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문구는 없었다. 당시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가 포함된 제목으로 의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Today`s HOT
홍수 피해로 진흙 퍼내는 아프간 주민들 총선 5단계 투표 진행중인 인도 대만 라이칭더 총통 취임식 라이시 대통령 무사 기원 기도
이라크 밀 수확 안개 자욱한 이란 헬기 추락 사고 현장
2024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예선전 폭풍우가 휩쓸고 간 휴스턴
연막탄 들고 시위하는 파리 소방관 노조 총통 취임식 앞두고 국기 게양한 대만 공군 영국 찰스 3세의 붉은 초상화 개혁법안 놓고 몸싸움하는 대만 의원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