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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진심으로 죄송할까

국가 경제 수치 급격한 널뛰기
경제적 철학 방향성도 안 보여
최후변론서 ‘간첩’만 25번 말해
국민·기업 피해는 신경도 안 써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최후변론에서 여러 정치적 사항은 둘째 치고 계엄으로 벌어진 한국 경제 혼란에 한마디라도 사과할 줄 알았다. 그는 무슨 혼란인지, 무슨 불편인지 언급 없이 얼렁뚱땅 넘겼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는 진심으로 죄송할까. 계엄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9%에서 1.5%까지 떨어졌다. 국내총생산(GDP)이 수조원 날아갔다. 1440원 선에서 그쳤을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도 커져 1470~1480원까지 터치했다. 소비심리는 급격히 위축됐고, 수출기업들은 계약이 미뤄졌다. 한 외국 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GDP 킬러’라는 딱지를 붙였다. 국가 경제의 숫자가 한 달 사이에 급격히 널뛰었고 보이지 않는 ‘청구서’들이 날아오고 있는데 대통령은 모르쇠였다.

윤 대통령이 정작 ‘손해’ ‘피해’를 언급한 번지수는 ‘야당의 장관 탄핵소추’였다. 그는 “기회비용과 재정적 측면에서도 국가와 국민에 얼마나 막대한 피해와 손해를 입히는 것이 되겠습니까”라고 했다. 경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되물어야 한다. 피해와 손해를 일으킨 자는 누구인가.

지난해 12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로 무역 질서 변동이 예고되던 때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서 걱정하는 장관들에게 “경제부총리의 금융시장 혼란 우려와 외교부 장관의 우방국 관계 우려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계엄 직후 다음날 국내 주식시장 충격을 우려해 개장할지 말지를 새벽 시간까지 고민했던 경제관료와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은 그에게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뜻이다. 경제는 대통령의 중요한 통치 행위 중 하나다. 계엄으로 불거질 경제적 혼란은 ‘걱정 말라’는 한마디로 넘길 수 없는 영역이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만큼 ‘경제’ 관련 정책이 떠오르지 않는 대통령도 없다. 과거 대통령들은 성공했든 실패했든, 옳든 그르든 자신만의 경제 철학과 방향성이 확실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토균형발전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747’ 공약과 4대강 사업 등을 공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줄푸세’ 공약이 있었고,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가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이란 이름으로 최저임금을 올렸다. 동의 여부를 떠나 경제적으로 사회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하려는 고민이 있었다.

윤 대통령에게는 뚜렷한 경제 공약·정책이 없었다. 선거 기간 경제와 관련해 내세운 메시지도 없었다. 2년이 넘는 재임 기간 애써 떠올리자면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폐지요, 그나마 남아 있는 건 미래를 알 수 없는 ‘대왕고래’ 시추 사업뿐이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의 유탄은 기업과 국민이 맞는다. 단적인 예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국내 20대 그룹 경영인들의 방미 일정이다.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홀대받은 건 아니지만 출발 전 ‘회장님들’이 미국 행정부의 누굴 만날지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다고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당선 이후 몇달이 지나도록 통화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장님들’이라고 해서 미 정부 고위 관료와의 만남을 확정하기도, 만나더라도 확실한 성과를 얻기 쉽지 않았을 테다. 첫술에 배부를 수도 없다. 사절단 내부에서도 큰 성과를 기대한 건 아니라고 했다. 역시나였다. 손에 쥔 건 ‘10억 달러’라는 투자 ‘하한선’이 적힌 청구서였다.

일개 구멍가게와 납품업체 협상에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낸다. 미국에서 돌아온 기업들은 각자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쁘다. ‘회장님들’은 대한상의라는 이름으로 함께 출발했지만 앞으로 뭉쳐야 살지 흩어져야 살지 헷갈린다. 이때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놓을지 전략적으로 판단해 잘 포장하는 게 정부의 일이다. 그게 바로 지난해 말 대통령과 정부의 가장 큰 업무였다. 지금은 누구도 이를 판단하고 전략을 짜지 못하고 있다. 최후변론에서 ‘간첩’만 25번을 말한 대통령과 한 테이블에서 미국과 무엇을 주고받을지 논의할 수 있을까. 시간은 흘러간다. 이것이 바로 그가 “기회비용과 재정적 측면에서 국가와 국민에 막대하게 입힌 피해와 손해”다.

임지선 경제부장

임지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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