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부실’ 청와대, 제도 탓·개인문제 치부

안홍욱 기자

“신상털이…드릴 말씀이 없다” 발뺌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지명한 고위 공직 후보자의 사퇴가 속출하고 있지만 인사 실패 원인을 다른 곳으로 둘러대고 있다.

인사청문회 등 제도적 문제를 제기하거나 공직자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선과 검증 소홀로 빚어진 책임에는 눈을 감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우선 제도 탓을 한다. 도덕성 흠결로 여론 눈높이에 맞지 않아도 제도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가 그랬다.

‘검증 부실’ 청와대, 제도 탓·개인문제 치부

박 대통령은 지난 1월29일 김용준 지명자가 낙마하자 “인사청문회가 신상털이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느냐” “시시콜콜한 것까지 (검증)하게 되면 능력은 들여다보기 어렵다”고 인사청문 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김종훈 후보자에 대해선 지난 4일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 이상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도중하차했을 때도 주식 백지신탁 제도 문제를 거론했다. 청와대가 규정을 정확하게 주지시켰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허술한 인사 시스템이 드러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식을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해줬는데 소통이 잘 안됐다”고 했다. 황 내정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빚어진 일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는 황 내정자 사퇴를 계기로 고위 공직자의 직무 관련 주식을 처분토록 하는 백지신탁 제도를 임기 동안 보관토록 하는 보관신탁 제도로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박 대통령 측에서 아까운 인재를 잃게 만든다고 보는 이런 가혹한 제도 마련에는 박 대통령이 일조했다. 박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청문회 대상을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 고위 공직자 지위를 이용한 재산 증식 금지를 위한 백지신탁 제도 도입 등을 요구해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나홀로 인사’로 부실 인선을 자초하고 뒤늦게 제도 탓을 하는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차관과 외청장 인선 과정에선 인사위원회의 검증을 거쳤다고 했지만 문제가 터지면 개인 일로 몰아갔다.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은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고, 사건이 확대되자 “개인 문제”(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라고 선을 긋거나, “드릴 말씀이 없다”(윤창중 청와대 대변인)고 입을 닫은 것이다.

청와대는 ‘의혹 백화점’으로 불린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시종 “직무 수행에 결정적 결함이 없다”고 방어막을 쳤지만 22일 사퇴를 결정하자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Today`s HOT
홍수 피해로 진흙 퍼내는 아프간 주민들 총선 5단계 투표 진행중인 인도 대만 라이칭더 총통 취임식 라이시 대통령 무사 기원 기도
이라크 밀 수확 안개 자욱한 이란 헬기 추락 사고 현장
2024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예선전 폭풍우가 휩쓸고 간 휴스턴
연막탄 들고 시위하는 파리 소방관 노조 총통 취임식 앞두고 국기 게양한 대만 공군 영국 찰스 3세의 붉은 초상화 개혁법안 놓고 몸싸움하는 대만 의원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