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의 일상화’···금세기말 대도시선 ‘시간당 30㎜’ 폭우 더 늘어

김기범 기자
지난 18일 오후 부산 사하구 사하경찰서 앞 도로가 폭우로 인해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부산 사하구 사하경찰서 앞 도로가 폭우로 인해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현재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지구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대도시에서는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지금보다 3배가량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의 도시 침수 방지대책만으로는 적응하기 힘든 강수가 급증할 것이라는 의미다.

19일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와 일본 쓰쿠바대 등 공동연구진이 각각 지난해 4월과 10월 국제학술지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와 ‘JGR 대기(JGR Atmospheres)’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은 점점 더 극심한 강수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열대지방보다는 한반도처럼 중위도에 있는 대도시들의 위험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델링으로 중위도 지역 일본 도쿄, 열대 지역 싱가포르의 금세기말 예상 강수량과 빈도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두 지역 모두에서 1시간당 30㎜가 넘는 ‘극한 강수’가 빈번해지고, 강도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미래’에 지난해 4월 실린 논문을 보면 대표농도경로(RCP8.5) 시나리오를 가정해 기존 강수량과 미래 기온, 습도 변화 예상치 등을 통해 모델링한 결과 싱가포르에선 시간당 30㎜ 이상 강수가 2005~2014년에 비해 이번 세기말(2080~2099년)에는 약 50%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온실가스 감축 정도에 따른 기후변화를 예상한 시나리오 가운데 RCP8.5는 인류가 온실가스 저감 노력 없이 현재처럼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를 의미한다.

한국 기상청은 보통 시간당 강수량이 30㎜가 넘으면 ‘매우 강한 비’로 부른다. 시간당 20~30㎜의 비가 내리면 우산을 써도 옷이 젖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운전자는 시야 확보에 불편을 겪는다. 시간당 30㎜가 넘으면 하수구·배수구에 역류 현상이 생기고, 도로가 물에 잠기며 산사태 위험도 커진다.

장맛비와 팔당댐 방류 등으로 인해 한강 수위가 높아진 지난 16일 오후 서울 잠수교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장맛비와 팔당댐 방류 등으로 인해 한강 수위가 높아진 지난 16일 오후 서울 잠수교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극한강수의 증가는 중위도이자 한반도와도 인접한 도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JGR 대기’에 지난 10월 실린 논문을 보면 도쿄 지역은 RCP8.5 시나리오에서 약한 강도의 비는 줄어드는 반면 시간당 30㎜ 이상 비는 20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당히 감축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RCP4.5 시나리오에서도 증가폭은 100%에 달해 시간당 30㎜ 이상 비가 내릴 가능성은 2배로 늘어났다.

이번 연구 이전에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물을 저장하면서 강수의 강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내놓았다. 특히 전 세계의 도시들은 해당 지역 대기에 영향을 미치면서 강수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대도시 강수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밀집된 건물을 들었다. 도시의 열섬 현상은 지역의 공기 흐름을 변화시키고, 인근 수역에서 습한 공기를 끌어들여 강수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극한강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뉴노멀(새로운 일상·기준)’이라 부르면서 “‘(극한강수 같은) 극단적 사건들이 더 극단적으로 될 것’이라는 패러다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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