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는 '업무보고 지옥'..."보고 때문에 야근하고 주말 반납했는데"

한대광 기자

서울시 공무원들이 ‘중복 보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은 잦은 보고에 업무 고충을 호소하고 개선책을 요구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3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서울시 공무원들만 접속하는 내부 게시판에는 지난 4월 28일 ‘시장업무보고 부시장업무보고 정말 행정력 낭비’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게시자명을 ‘업무보고지옥’이라고 쓴 이 공무원은 “이러니 공무원 조직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무능한 조직이라고 하지”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시장 보고를 했는데 부시장 보고를 또 한단다. 기조실장 업무보고도 하지, 정무부시장 보고도 하지... 어차피 다 업무보고 내용은 거의 중복인건데 왜 이러는지 대체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공무원은 이어 “저런 업무 하느라 내 일 제대로 못해서 야근하고 주말 반납하고 너무나 비효율적인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2500건 이상의 조회수는 물론이고 수십 건의 댓글도 붙었다. 댓글을 단 공무원들은 취지를 공감한다며 저마다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글에 이어 게시자명을 ‘합리주의’라고 쓴 공무원의 글도 2000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직후 지난 4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하면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경향신문 DB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직후 지난 4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하면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경향신문 DB

이 공무원은 “시장 업무보고시에 당시 기조실장이던 1부시장도 배석해서 다 들으셨을텐데 같은 보고를 또 해야 하냐. 거기에 줄줄이 과장들 배석하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현장에 다니고 점검할 시간도 부족하다”면서 “좀 쓸데없이 중복, 옥상옥 행정은 이제 버릴 때가 된 것 같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실제 서울시에서는 올해 초 서정협 시장권한대행에게 신년 업무보고를 한 데 이어 지난 4월 12일부터는 신임 오세훈 시장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이어 최근에는 행정1·2부시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내정자들을 상대로 한 업무보고가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이 보고는 평상시 현안 업무를 놓고 진행되는 깊이 있는 논의 보다는 포괄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행정국은 게시판 글 이후 ‘업무보고는 서면으로 대체하고 필요시 개별 사안에 대해서만 전화 확인이나 별도의 대면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업무보고는 계속됐다. 각 실·국·본부장들의 보고 때마다 담당 과장들도 보고 때마다 모두 참석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중간 간부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이 보고이고 보고를 통해 조직의 일관성 있는 행정력이 집행된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내용을 반복해서 보고하는 것에 대한 일선 공무원들의 지적은 귀담아 듣고 개선책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